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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청암산 왕버들에 내리는 눈

by 여름B 2020. 2. 18.















며칠 전 잡초만 무성한 농장같지 않은 곳에 매화소식이 있나 하고 나가 살펴보니 작은 망울들이 그렁그렁한 채

나를 맞아 주었기에 봄이 가까이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창밖을 보니 주차장에도 자동차 위에도 눈이 하얗게 쌓여 오던 봄이 놀라 나자빠지게 생겼다.

그동안 눈이 없어 이렇게 겨울은 가나 보다 했는데 모처럼 오늘은 겨울 인심이 후하다.
오랜만에 청암산 왕버들에게 안부를 물으러 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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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여인숙/손순미


마당 입구 측백나무 남편처럼 버티고 섰어도
객지에 지쳐 기어드는 사내들에게
따뜻한 잠의 젖을 물리던 여자
늙어 더 이상 나올 젖이 없는데도 그 여자
아직도 브래지어 같은 문 열어놓고
석유난로에 겨우 몸을 녹인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실망할 때쯤
눈보라가 도착했다
어디서부터 얼마나 울고 왔는지
눈물범벅이 된 눈보라가
사내처럼 여인숙의 허리를 꼬옥 껴안는다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이런 것이 아니었다
서로의 추억이 삽입된 눈보라 여인숙 불이 훅! 꺼진다
백발이 다 된 여자의 처마 끝에서
밤새도록 고드름 젖이 뚝뚝 흘러내린다
빨수록 배고픈 고드름 젖이 하염없이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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