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들도 이 길을 지날 때는
고목을 대하듯 불평소리가 너무 커
집들도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아내는 이 길로 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어쩌다가 이 길을 지나칠 때면
낡은 추억들에 계절을 입힌 바랜 사진들을
순서도 없이 중얼거린다
사진들은 아직도 나이가 어리다
아내는 자기 사진을 가리키면서도
제3자처럼 멀찍이 이야기한다
솔라시도 시절을 이야기할 때도
도와 래 사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사망신고된 주민등록으로 존재하는 처가
지나는 길에 보리가 웃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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