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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옛 처가 가는 길

by 여름B 2020. 1. 29.




자동차들도 이 길을 지날 때는

고목을 대하듯 불평소리가 너무 커

집들도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아내는 이 길로 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어쩌다가 이 길을 지나칠 때면

낡은 추억들에 계절을 입힌 바랜 사진들을

순서도 없이 중얼거린다

사진들은 아직도 나이가 어리다

아내는 자기 사진을 가리키면서도

제3자처럼 멀찍이 이야기한다

솔라시도 시절을 이야기할 때도 

도와 래 사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사망신고된 주민등록으로 존재하는 처가

지나는 길에 보리가 웃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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