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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연밭에서 가져온 피어싱 재료들

by 여름B 2020. 1. 31.


















영혼이 아름다운 연밭 풍경 
 
어렸을 때 사람이 죽어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먼 미래였기 때문에 더 무서웠을까.
붉은 빛으로 흔적도 없이 지붕을 뚫고 나가 들판을 가로 지르고 산속을 지나 저승으로 간다는 말에서
숨도 죽였다. 한맺힌 영혼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원한맺힌 사람네 지붕에 앉아 해코지하려고 기다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우겼지만 어두운 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왜 그 이야기만 생각나는지 괜히 나오지도
않는 얼어붙은 노래 한 구절을 꺼억거리기도 했었다.   



당신에게 드려요 저 귀고리를

양쪽 모양이 똑같지 않아도 된다고요?

두 군데 필요하면 더 가져가세요.

찰랑거리는 금빛 마름모 꼴의 귀고리 

입술 끝에 다는 것은 날카롭지 않은 게 좋겠지요?

분홍빛으로요

눈썹 끝에는 저 작은 게 좋을 것 같아요.

눈에 잘 띄지 않겠지만 가까이 보면 이쁠 거예

콧물을 자주 흘린다고요?

그렇다고 생략을 하면 안 되지요

코가 무척 서운해 할 거예요

그렇다면 날카롭지 않은 것으로 권해 드려요

배꼽도 빼놓을 수 없지요.

저기 물고기 모양 어때요?

꼬리지느러미 부분에 하트가 달린

사랑을 나눌 땐 빼놓는 거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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