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자격 시험이 끝나서 기숙사를 나오는 딸을 데리러 갔다.
짐을 싸기 위한 봉투가 필요해서 호랭이를 찻속에 놔 두고
딸과 둘이서 재래시장에 갔다.
봉투 몇 장을 사 가지고 나오는데 양미리가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그냥 올 내가 아니지.
두어 줄 골랐다.
그런데 내가 지갑을 찻속에 두고 온 것이다.
할 수 없이 딸에게 말했다.
"야, 네가 돈 내."
"아빠, 저 아직 월급은 고사하고 졸업도 안 했어요."
"내라면 내"
"아빠, 너무해. 잉잉"
오는 길의 고속도로는 차가 많이 밀려 지루했다.
내가 말했다
"우리 딸한테 용돈 받을 일 생각하면 이 아빠 오져 죽겠다."
"아빠, 저 빨리 돈 모아서 시집가야 해요. 용돈 아직 안 드리면 안 돼요?"
"웃기지 마. 매달 내 통장으로 들어오게 자동이체 시켜 놔."
"아빠, 잉잉"
고속도로가 좀 뚫렸다.
호랭이가 딸에게 말했다.
"졸업하고 바로 가면 서운하니 3,4월은 집에서 놀고 5월쯤이나 불렀으면 좋겠다. 잉"
"그래 엄마, 나도 좀 집에서 쉬었다 가고 싶어."
내가 말했다.
"한두 달 놀면 어디서 뭐가 나오냐? 졸업하고 바로 3월부터 가면 좋지 뭘 그래?"
"아빠, 저 어디서 주워 온 딸이에요? 차라리 앵벌이를 시키세요. 잉잉"
내일부터 딸이 합숙훈련 들어간다고 호랭이는 가방을 싸 놓고
딸내미는 티비 코미디 프로를 보면서 연방 웃어 댄다.
이건 호랭이 손입니다. 절 믿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