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경강에 가 보았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고라니가 빤히 쳐다보다
엉금엉금 자리를 옮긴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여긴 내 영역인데 저 인간 왜 빨리 안 사라지지?'
하는 듯 나를 지켜 보고 있다
자귀나무들이 소금기를 견디며 계절을 보낸다
청기와 빛 하늘에 비행기가 실선 하나를 넣고 가는 가을
외딴집/안도현
그해 겨울
나는 외딴집으로 갔다
발목이 푹푹 빠지도록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나는 어두워지기 전에
외딴집에 가서
눈 오는 밤 혼자
창을 발갛게 밝히고
소주나 마실 생각이었다
신발은 질컥거렸고
저녁이 와서
나는 어느 구멍가게에 들렀다
외딴집까지 얼마나 더 걸리겠느냐고
주인에게 물었다
그는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외딴집이 어디 있느냐고
나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