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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만경강의 가을

by 여름B 2021. 11. 29.

오랜만에 만경강에 가 보았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고라니가 빤히 쳐다보다 

엉금엉금 자리를 옮긴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여긴 내 영역인데 저 인간 왜 빨리 안 사라지지?'

하는 듯 나를 지켜 보고 있다

 

자귀나무들이 소금기를 견디며 계절을 보낸다

  

청기와 빛 하늘에 비행기가 실선 하나를 넣고 가는 가을

외딴집/안도현

 

 

그해 겨울

나는 외딴집으로 갔다

발목이 푹푹 빠지도록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나는 어두워지기 전에

외딴집에 가서

눈 오는 밤 혼자

창을 발갛게 밝히고

소주나 마실 생각이었다

신발은 질컥거렸고

저녁이 와서

나는 어느 구멍가게에 들렀다

외딴집까지 얼마나 더 걸리겠느냐고

주인에게 물었다

그는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외딴집이 어디 있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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