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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내가 나에게 보내는 안부

by 여름B 2021. 11. 21.
내가 나에게 보내는 안부 
 
                            신새벽 
 
 
지구의 숨소리마저
빈 접시처럼 고요해지는 오후 
 
알전구 무료하게 흔들리는 나른한 카페 
 
커피 잔을 잡은 손을 물끄러미
헐렁해진 살갗에 내려앉은 검은 점들 
 
이젠 얕은 물웅덩이에 걸려 넘어지는 허술한 몸뚱이가 되었다.
안아 주기도, 매만져 주기도 안쓰러운 
 
검은 봉투에 담겨 있는 붉은 원피스는 누굴 위해 샀는지
슬픔이 함께 구겨져 있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흐려지고
내가 모르고 있는 것들이 점점 어두워지는
고양이 눈으로 밝힌 등대 빛처럼
지척에서도 가늠할 수 없다 
 
어디에나 기대고 싶고
아무 곳이나 밀착하고 싶은 오후
왼손을 오른손이 가만히 쓰다듬는 시간 
 
 
http://blog.yes24.com/document/15419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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