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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어떤 타투

by 여름B 2021. 6. 6.

 

태평양을 건너와 

꿈의 나라에서도 꿈은 꿀 수 없었습니다

신대륙의 판타지도 잠시

벅찼던 희망은 책갈피 갈피에 꽂아 두고

2세들이 딛고 갈 디딤돌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 돌이 단단해지는데 한 세대가 다 가고

사랑하는 여자도 갔습니다

머리칼에는 서리가 무성합니다

 

여자를 보내고 홀로 남겨진 남자는

가슴에다 그녀의 얼굴을 새겼습니다

한 땀 한 땀 뜨는 바늘에는 

아메리칸드림이

얼룩진 땀내가 

차별의 눈물이 

뜨겁게 스며들었습니다

 

방금 건너온 길모퉁이에 바람 불고

심장이 두근거릴 때마다

여자는 동백꽃처럼 살아나

함께 웃고 울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녀를 보내고 스무 해가 더 갔지만 

일흔의 남자는 

형벌처럼 그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섬처럼 

별처럼 

오래 묵힌 꿈처럼 

그가 지켜낸 슬픈 약속에 

가을 한날 잠들지 못하고 울었습니다

 

<몹시> 유현숙 2021. 6                                                                                                                                                                                                                                                                      

 

새로운 세상을 그리며 아메리카로 떠났던 우리 동포들이 겪었을 고난을 생각한다.

꿈을 이루기까지 백인들의 정치적 술수에 선이민자들의 텃세에

얼마나 핍박을 받았는지는 바다 넘어 있어도 잘 알고 있다.

트럼프의 집권으로 미국우선주의에 의해 이민자들의 삶은 더욱 고달퍼졌다.

다행히 정권이 바뀌었지만 동양인에 대한 테러를 통해

트럼피즘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시집을 보내주신 유시인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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