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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부여 궁남지에서

by 여름B 2020. 10. 10.

궁남지에는 가을 속에 아직 여름이 조금 남아 있다.
한가위 휴가 속에 가족끼리 연인끼리 혹은 유모차를 밀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달랑 혼자서 느긋하게 상념에 젖어 걷기도 한다. 흔들의자에 앉은이는 조금 차가워진 분수에 바짝 팔짱을 끼고 시든 연잎과 마지막 남은 국적 모를 연꽃들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그네 타던 소녀의 웃음 소리에 웃옷을 벗는 아빠의 모습을 발견한다.

가을에 와야만 봄여름이 짧았음을 비로소 안다.
가을 징검다리에서 내가 지금 어디 쯤을 건너고 있음도 안다.
이 가을이 조금이나마 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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