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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불갑사 꽃무릇

by 여름B 2020. 9. 30.

5~6세 쯤해서 우리 읍내에도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물론 하루에 몇 시간씩 시간제로 공급되었기 때문에 늦은 밤에는 석유내 나는 등잔불이나 마지막 빨간 불빛을 보이며 사라지던 촛불에서 상당 기간 벗어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아홉시 쯤이었을까? 그때가 전기 공급이 끊기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시각이 되면 윗방 아랫방에서 생활하던 우리 형제 자매들은 할머니의 지시에 따라 모두 자리에 누워야 했다. 그리고 투명 유리의 백열등이 스르르 꺼지는 그 순간을 누가 정확히 맞히는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이윽고 전기가 끊기고 눈 앞이 캄캄해지면 누가 제일 정확했는지를 가지고 한바탕 웃으면서 잠에 수렁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 당시는 전류가 한 순간에 들어오거나 끊기지 않고 약 2~3초 정도의 시간을 두고 서서히 밝아졌고 사라질 때에도 그 정도의 시간을 두고 서서히 꺼져갔는데 그때 자리에 누워서 불빛이 스스르 밝아지거나 꺼지는  'ㄷ'자 모양 필라멘트의 그 선명한 추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꽃무릇에서 필라멘트의 강렬한 불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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