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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서천 신성리 갈대밭

by 여름B 2019. 12. 19.














갈대는 말이 없다

입으로도 눈으로도 말하지 않는다.

오직 몸으로 말할 뿐이다.

봄비가 내리면 어미 품안에서 고개를 내미는 병아리들처럼

마른 갈대숲에서 파릇파릇 쭈뼛거리며 머리를 내민다.

비가 오면 잎을 방패삼아 막아낼 뿐 저항할 줄을 모른다.

바람이 불면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등을 구부려 그치기를 기다린다.

눈보라가 날리면 깃털을 한 뭉텅씩 제물처럼 허공에 바친다.

生을 온몸으로 묵묵히 그려내는 모습을 갈대밭에서 보았다.


이곳 신성리 갈대밭을 방문한 지가 상당히 되었나?

은파저수지에서 호랭이 운동을 마치고 운동복 그대로 갑자기 방문한 서천 한산 신성리 갈대밭.

입구에 보이지 않던 주차장과 기념관이 세워졌다.

그 앞에서 군밤과 땅콩으로 손님들을 부르는 포장마차도 여럿 자리를 잡았다.

거부하는 몸짓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아가씨가 쥐어주듯 내 손에 내민다.

손에서 손으로 건너온 따뜻함이 손안에 가득 찬다. 

서리가 낀 나무다리에서 엉겹결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동행한 호랑이에게도 가죽보다 질긴 작품을 남길 기회를 주었다.



* 본 글과 관계없는 댓글을 정중히 사양합니다.

* 안부는 방명록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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