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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

by 여름B 2019. 9. 16.













메모리카드도 없는 사진기를 들고 낭패를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오늘도 당했다.

축제 준비 중이라서 주차장도 저 아래쪽에 만들어 놓아 거기까지 가기가 싫어 폰카를 쓰다.  

축제일 당하면 북적대는 것이 싫어 일찍 나섰지만 아직 4~5일은 지나야 만개할 것 같은 모습에

좀 섭섭하기는 했지만 나 뿐아니라 꽃마저도 인파에 휩쓸리는 모습을 만나지 않는다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무릇을 순례하다 / 김종제


 무릇, 사랑이란
 저리해야 할 것 아닌가
 잎이 뚝뚝 진 후에
 꽃이 나고
 꽃이 훨훨 날린 후에
 잎이 피어나는
 상사의 꽃 같아야 하는 것 아닌가
 결코 닿을 수 없는 한 사람을
 오체투지로 찾아가서는
 문고리 흔들어보지도 못하고
 덜컥 쓰러져
 묘막만 남겨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저 지난한 사랑을 보겠다고
 일주문 들어서지도 못하고
 붉게 피멍이 든 꽃을 순례한다
 불갑사에 용천사에 선운사에
 어찌 절집에 많이 피었을까
 애틋한 사랑이
 또 하나의 눈물겨운 사랑을 바라보려니
 측은지심으로 피었을 것이다
 무릇, 사랑이란
 무릎 꿇기 전에
 목을 먼저 끊어야 할 것 아닌가

 

 

1960년 강원도 출생
1993년 ≪자유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서정시마을 정회원
시집으로 『흐린 날에는 비명을 지른다』
『내 안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이여』『따뜻한 속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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