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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처자/고형렬

by 여름B 2019. 9. 20.













   처자/고형렬


주방 옆 화장실에서

아내가 아들을 목욕시킨다

엄마는 젖이 작아 하는 소리가

가만히 들린다

엄마는 젖이 작아

백열등 켜진 욕실에서 아내는

발가벗었을 것이다

물소리가 쏴아 하다 그치고

아내가 이런다 얘 너 엄마 젖 만져 봐

만져도 돼? 그러엄. 그러고 조용하다

아들이 아내의 젖을 만지는 모양이다

곧장 웃음소리가 터진다

아파 이놈아!

그렇게 아프게 만지면 어떡해!

아프게 만지면 어떡해

욕실에 들어가고 싶다

셋이 놀고 싶다 우리가 떠난 먼 훗날에도

아이는 사랑을 기억하겠지



당북리가 여명과 일출 사이에 놓여 있다. 

멀리서 성을 구축한 아파트 창문에 하나씩 불들이 켜지면

추석을 지나온 낮달이 시드는 몸을 움추린다.

조금 높아진 가을 하늘이 조금씩 물들어 간다.

구름을 비집고 나온 햇빛이 아파트 창벽에 부닺혀 쏟아진다.

바쁜 승용차 하나 인적이 없는 들길을 질러 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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