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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참회 / 정호승

by 여름B 2009. 4. 12.
 
   

             참 회
          /정호승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 한 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에 물 한번 준 적 없으니
          죽어 흙이 되어도
          나무 뿌리에 가닿아 잠들지 못하리



          나 어쩌면
          나무 한그루 심지 않고 늙은 죄가 너무 커
          죽어도 죽지 못하리



          산수유 붉은 열매 하나 쪼아먹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린 초승달에 한번 앉아보지 못하고
          발 없는 새가 되어 이 세상 그 어디든 앉지 못하리

       

                
                걱정이다.
                돌아보니 어디 쉴 곳 하나 마련하지 
                못했구나.
                괜히 바람만 쫓다가
                이러구러 세상 하직하게 생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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