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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은파저수지 꽃천지 새벽

by 여름B 2017. 6. 3.














이후(以後)

   정윤천

     

1

  아름답지 않은 것들이 알아서 구별되기 시작했다. 멋대로, 새들과 나비와 장미를 인용했던 형형색색의 입들과 말들의 자리에, 지금부터는 시와 노래와 나팔꽃들을 그려 넣자고 한다. 미움과 증오에게도 손가락질을 하기로(하자고)한다. 눈물 뒤에서 쏟아져 나온 창과 송곳들을 던지려고 한다. 용서라는 허망한 말을 서둘러 내뱉지 않기로 한다

 

2

  그때보다 한층 팔과 다리가 자란 아이들이 도서관 앞에서 멈추는 버스에서 내린다. 고궁과 전람회와 연극제에 가는 시간이 가까워 온다. 무등산과 제주도와 청산도의 올레길 위에서 마주친 너희들을 향하여 손을 흔들어 준다. 멀어져 가는 뒷모습들을 바라다본다.



은파저수지 새벽길이다.

부지런한 인생들이 바삐 걷는다.

어차피 한 세상인데.

내 남은 생은

사방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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