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간다
이화영
두 나비가 강 이쪽에서 노닐다가
한 마리가 강을 건너간다
江은 이별의 긴 틈이다
이별은 아주 멀어져야 아름다운 법
등을 돌려 강을 건너는 나비의 눈이 젖어 있다면
강은 더 격렬하게 안개를 피워 이별을 감춰 주리라
그리하여 오늘밤 강에 내려와
더 젖어드는 물별은 이별의 사생아
기억을 모르는 나비가 별이 된다 했다
넘치는 기억을 털어내려고 그의 날갯짓은 숨이 가쁠 터
내가 꽃일 때 소리 없이 날아와
여린 입술을 묻고 고충을 털어놓던,
이별을 예감하며 격렬했던,
그 나비가 흘리고 간 노래 한 소절
차갑게 굳어버린 심장을 깨뜨리며 흘러간다
팔랑,
금강 하구쪽으로 해가 지고 있다.
가을만은 못하지만 제법 검붉은색이 돋는다.
이별은 잔인해야 한다.
그래서 오래오래 아름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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