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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몸국 / 손세실리아

by 여름B 2008. 10. 10.

 

    몸 국 /손세실리아 몸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암록색 해조류인 몸말에요 남쪽 어느
    섬에서는 그것으로 국을 끓여내는데요 모자반이라는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왜 몸이라 하는지 사람 먹는 음식에 하필이면 몸국이라는 이
    름을 붙였는지 먹어보면 절로 알아진다는데요 단, 뒤엉켜 배지근해
    진 몸의 몸 설설 끓는 몸들이 당신을 빤히 올려다보거든 시선을 얼른
    피하셔야한다는데요 십중팔구 속내 도둑맞을 테고 늑골 마구 결릴
    테니까요 몸이 몸을 먹는 일 한 외로움이 한 외로움을 먹어치우는
    일 그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사실은 울컥하기도 경건하기
    도 한 의식이잖아요 것 봐요 내 뭐랬어요 주의하랬잖아요 생각이 예
    까지 이른 걸 보니 그새 몹쓸 몸에 제압당한 게 분명해요 몸이 화두
    가 된 게 확실해요 사랑을 폐한 게 틀림없어요 식어 뻣뻣해진 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당신 쯧쯧 울고 있군요
    그러고보니 당신 몸국을 시키기 전부터 그것의 유래를 몸소 알고
    계셨던 게로군요
     
     

                나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딱히 나누어 본 적이 없는 이 몸,

                 

                이제는 해체시키고 싶다.

                 

                어느 구군가의 영혼 한 귀퉁이에

                 

                휴지로 버려질지라도.

                 

                 

                                 2008.10.10. 여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