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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오늘 전화선으로 어떤 여자 몸을 던져오네/박재열

by 여름B 2008. 9. 5.

 

      오늘 전화선으로 어떤 여자 몸을 던져오네 /박재열 오늘 전화선으로 어떤 여자 몸을 던져오네 오늘 전화선으로 뜨건 뙤약볕, 몸을 던져오네 그 여자 내 책상 위에 벌렁 드러눕네 그 여자 뜨건 모래밭에 내가 걷지 못하네 꽉 조이는 바다가 넘어오네 그 여자 몸은 깔때기, 깊은 우물 하나 보여주네 막 싹트는 느티나무, 청바지의 깊은 우물이 출렁출렁하네 벌렁 누운 여자, 누워서 모든 것을 쏟지 않고 깔때기에 따르네 천둥과 벼락, 살찐 운명이 끼루룩 끼루룩 구멍 속으로 사라지네 다리를 꼰 지형(地形)은 외설스럽네 구멍은 또 심한 공복을 느끼네 고갱 고흐 형제도 지렁이처럼 꼬루륵 구멍에 빠져 절명하네 그 여자 깔때기 밖으로 뼈 녹은 젖을 흘려보내네 뜨겁고 두툼한 젖에 내 책들이 무너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