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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

헐렁한 이야기

by 여름B 2008. 9. 24.

        헐렁한 이야기 목이 헐렁한 옅은 하늘색 옷을 입고 온 영란이의 목소리가 4월의 푸르름을 담은 햇빛보다 더 빛나던 캠퍼스는 모두 젊었었다. 누가 손을 집어 넣었간디 그렇게 목이 늘어났어? 영란이는 내 말을 그대로 복사해 다른 여학생들에게 깔깔거리며 들려 주고 목을 타고 손을 집어 넣고 싶어하던 내 얼굴은 농담과 달리 붉어졌다. 살다가 살다가 영란이를 잊어 버렸다. 그러다가 그녀가 일찍 이혼했다는 말을 풍문이 알려 줬을 때 나는 그녀의 헐렁한 목을 생각했다. 그녀는 혹시 헐렁하게 살지않았을까? 헐렁한 남자를 만나 헐렁하게 목을 매달고 헐렁하게 현관문을 열어 놓고 헐렁하게 지갑을 열지는 않았을까? 어디 우리같은 헐렁한 카페에서 그날의 잔디밭에 앉았던 헐렁한 것들끼리 맛도 헐렁한 찻물이나 헐렁헐렁 마시면서 영란이의 헐렁한 이야기를 헐렁헐렁 들어 봤으면....... ♬배경음악:들꽃 / 트럼펫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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