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쫓겨 갔을까
저 꽃같은 운동화 한 짝
물대포에 밀리다 바닥이 저렇게 닳았구나
아직도 갈 길은 구만 리인데
얼마나 더 발이 아파야 할까
일용 노동자의 목에 걸려
땀을 닦던 저 수건은
방패에 찢긴 이마처럼 얼룩이 졌는데
촛불을 감싸 주던 종이컵들이
아카시아꽃처럼 시들어 흩어져 있다
검은 방석망 속에서 빛을 뿜던
그 젊은 눈길
누가 그 제복에
그 무거운 증오의 멍애를 지워
군화발 저벅여 작은 촛불들을 짓이기게 했을까
다음 날이었을 거다
슬픈듯 하늘이 통곡하고
꺼이꺼이 밤이 쏟아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 해
찔레꽃같이 하얀 날에
왜 유월의 아침이 붉은 장미로
거리에서 시들어야 하는 이유를
2008. 06. 04. 여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