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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

그 해 유월의 아침에

by 여름B 2008. 6. 4.

  

        그 해 유월의 아침에
        그 누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쫓겨 갔을까 저 꽃같은 운동화 한 짝 물대포에 밀리다 바닥이 저렇게 닳았구나 아직도 갈 길은 구만 리인데 얼마나 더 발이 아파야 할까 일용 노동자의 목에 걸려 땀을 닦던 저 수건은 방패에 찢긴 이마처럼 얼룩이 졌는데 촛불을 감싸 주던 종이컵들이 아카시아꽃처럼 시들어 흩어져 있다 검은 방석망 속에서 빛을 뿜던 그 젊은 눈길 누가 그 제복에 그 무거운 증오의 멍애를 지워 군화발 저벅여 작은 촛불들을 짓이기게 했을까 다음 날이었을 거다 슬픈듯 하늘이 통곡하고 꺼이꺼이 밤이 쏟아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 해 찔레꽃같이 하얀 날에 왜 유월의 아침이 붉은 장미로 거리에서 시들어야 하는 이유를 2008. 06. 04.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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