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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남광주역, 첫사랑의 격전지 / 서덕근

by 여름B 2008. 8. 1.

 

      남광주역, 첫사랑의 격전지 /서덕근 새벽은 늘 반짝이는 은비늘 비린내로 환했습니다. 시를 쓰는 일이란 매일 뜯어진 하루를 깁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지요. 열차는 희망보다 연착했지만 기나긴 담배 연기 같은 철길 끝 그곳에서 폐렴을 앓는 바다를 보았습니다. 80년의 파랑주의보를 건너온 갈매기 한 마리인 저에게 수평선은 말줄임표처럼 다가와 오래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었지요. 파도의 날개가 다 뜯어질 때까지. 타버린 그리움의 상류, 남광주역을 가봅니다. 그때 그 순수한 영혼의 주소였던 첫사랑의 격전지.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새벽의 기적이 힘겹게 지고 온 보따리들이
     
                        흙 묻은 머리까락을 가린 머리 수건에 얹혀지거나
     
                  거북 껍질보다 더 많은 주름진 손들에 들려져
     
            젖은내 나는 대합실에 겹겹이 부려졌다가
     
                      바쁘게 이산되던 풋풋하고 정직했던 시장거리들.
     
       억척스런 삶이 존재했던  그 남광주역.
     
     
                    지금쯤 지푸라기 몇 가닥으로 다발진 강낭콩이,
     
           배추벌레에 뜯겨 밑이 덜 든 황토 열무가
     
        시디신 풋자두 곁에서 한창일 텐데.....
     
     
                                               -남광주의 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