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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백수는 결코 외롭지 않다

by 여름B 2008. 8. 6.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 가고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 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 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1 점심을 먹고 소파에 앉아 리모콘을 가지고 이러저리 돌려 보다 곧장 떨어져 잠이 들었다가 몸을 사리게 만드는 서늘한 바람 때문에 눈이 떠졌다. 백수란 잠이 오면 아무 때라도 잠을 실컷 잘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강점이 아니겠는가. 2 벌써 여름은 파장이다. 인적이 한 바탕 휩쓸고 지나간 연밭은 화장이 흐트러진 늙은 여자의 슬픈 모습이다. 잠자리 한가로이 날고 찢겨진 연잎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피었을 연꽃과 꺼멓게 익어가는 연밥에서 벌써 저만치 와 있는 가을을 본다. 3 세월의 흐름은 마치 자란다는 것과 늙는다는 것을 동시에 지닌 거역할 수 없는 역설의 양면 칼이다. 얼른 키가 크고 싶은 소녀에게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즐거운 일이겠지만 늘어 가는 백발과 처져 가는 목주름을 매일 거울로 봐야 하는 나에게는 전혀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다. 4 하는 일도 변변히 없는 백수라 할지라도 세월 가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백수라는 직업이 외로움을 느낄 만큼 한가롭지가 않아서 일까? 이상하게도 난 외로움을 느끼진 않는다. 그래, 난 사람도 아니다. 2008. 08. 06. -낮잠 자고 일어나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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