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퍼 온 시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 박철

by 여름B 2008. 7. 17.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박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 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국 쑥국 쑥국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 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 다시 한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 화원 앞을 지나다가 문 밖 동그마니 홀로 섰는 자스민 한 그루를 샀다 내 마음에 심은 향기 나는 나무 한 그루 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 거친 몇 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 아내는 돌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나는 웃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섰는 아이의 고운 눈썹을 보았다 어느 한쪽, 아직 뚫지 못한 그 무엇이 있기에 오늘도 숲속 깊은 곳에서 쑥국새는 울고 비는 내리고 홀로 향기 잃은 나무 한 그루 문 밖에 섰나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아이는 숙제를 하고 내겐 아직 멀고 먼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혹시 영진설비 전화번호를 아시는 분은 댓글에 남겨 주세요. 가슴이 툭 터지거든 후사하겠습니다. 2008. 07. 17. 여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