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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잠수에 대한 오해 / 김종미

by 여름B 2008. 7. 4.

 

 
 
     
    
             수에 대한 오해
                                         /김종미
    -오래 잠수 하셨네요
    오랜만에 헬스장에 나가니 관장이 하는 말 
    -네?
    두 번 되물어서 이해를 받아낸다
    아, 나는 그동안 잠수 중이었구나
    그러면 여기는 물위인가?
    저렇게 숨이 차게 뛰고, 저렇게
    힘이 부치도록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고, 몸을 비틀어 대는
    저렇게 제 몸을 닦달하는 세상
    그러면 내 집은 물속인가? 
    어항? 
    나는 금붕어?
    느릿느릿 지느러미를 흔들어
    천적이 없는 이 공간을 헤엄치고
    몇 알쯤 사료도 먹고
    눈을 말똥하게 뜨고도 잠이 편한 금붕어?
    헬스장에선 관장이 최고다
    우리는 관장의 법칙을 지킨다
    -하지만 당신 오해말아요
    잠수라니? 당신의 수면은 당신의 시야 안이죠
    당신은 당신의 시야 밖으로 거대한 바다를 두죠 그러므로
    당신은 당신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모두 잠수시켜버리네요
    -하지만 오해 말아요
    당신이 나로부터 잠수 당한걸요
    내가 먹이를 주지 않으면 
    당신은 영영 가라앉아 버릴지도 몰라요
    당신이 잠수했다고 말하는 우리들에 의해 
    당신의 잠수가 조종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돼요
    참, 알기 때문에 거꾸로 말해버리는지도 모르죠
    나는 어항을 갈아탄다
    우리는 어항을 바꿔탄다 
    우리의 어항이 복잡하게 얽혀 둥둥 떠다니는 바다  
    
    
 
 
 
                  적금 부어 연말에
                        잠수함이나 하나 살까?
              그 잠수함 타고
                             깊은 여행 한번 떠나 볼까?
ㅋㅋ
 
                                   2008.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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