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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

연필을 깎으면서

by 녀름비 2007. 12. 6.

 


        연필을 깎으면서 국민학교 1학년 5반 때 내 뒤에 앉았던 얼굴이 검은 준식이. 쉬는 시간이면 도루코 칼로 참 예쁘게도 연필을 깎았다. 밤톨처럼 다듬어진 그 머리들이 키가 큰 순서대로 가지런히 고운 필통 속에 뉘어지면 미소 띤 하얀 이가 칼을 접어 뚜껑을 닫았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성당 신용협동조합에 다니던 준식이 아침 저녁으로 자전거 패달을 밟으며 연필을 깎듯이 성당의 언덕길을 오르락거렸다. 우연히 마주쳐도 서로 못 본 체했다. 오늘 아침 거칠게 깎아놓은 내 연필을 들여다 보며 하얀 웃음으로 세월 자락을 밤톨처럼 예쁘게 깎아 놓았을 준식이의 필통이 보고 싶어지는 까닭은 2007. 12. 06.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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