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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어떤 자리/정끝별

by 여름B 2007. 9. 26.
 

      어떤 자리 /정끝별 어떤 손이 모과를 거두어 갔을까 내가 바라본 것은 모과뿐이었다 잠시 모과 이파리를 본 것도 같고 또 아주 잠시 모과 꽃을 보았던 것도 같은데 모과 이파리가 돋아나는 동안 그리고 모과 열매가 익어가는 내내 나는 모과만을 보았다 바라보면 볼수록 모과는 나의 것이었는데 어느날 순식간에 모과가 사라졌다 내 눈맞춤이 모과꼭지를 숨막히게 했을까 내 눈독이 모과살을 멍들게 했을까 처음부터 모과는 없었던 게 아닐까 의심하는 동안 모과는 사라졌고 진눈깨비가 내렸다 젖은 가지 끝으로 신열이 올랐다 신음소리가 났고 모과는 사라졌고 모과가 익어가던 자리에 허공 한 주먹이 피었다 모과가 익어가던 자리를 보고 있다 보면 볼수록 모과는 여전히 나의 것이건만 모과즙에 닿은 눈시울이 아리다 모과가 익어가던 자리에서 미끄러지는 차연의 슬픔 이 사랑의 배후

     

     

                次緣

                執着

                그리고 사랑......

                 

                2007. 09. 26.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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