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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이제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지 않네 / 김선태

by 여름B 2007. 8. 17.
 
 
 
      
        이제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지 않네 /김선태 내가 뱉어 놓은 말들이 나를 끌고 가지 못할 때 나는 눈을 감네 어둑한 공터 옆에 쭈그린 내가 있네 누추한 기관 고장의 트럭처럼 멈춰 있네 젊음이라는 쓰다 만 폐품같은 이름표를 달고 가난이 진열된 거리를 지나왔네 나는 거기에 오래 눈길을 주었지만 그것들을 내 속에 온전히 품을 수 없음을 알았네 나는 이제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지 않네 술집 구석에 처박혀 있는 어떤 슬픔도 내 것이 아니었네 그래, 버려진 트럭처럼 녹슬고 있는 나날 다시 기관을 정비하고 굴러가고 싶은데 움직이지 않는 것 답답하다는 페인트 글귀가 내 온 몸뚱이에 아무렇게나 휘갈겨진 이 희망 유예의 봄날 어김없이 복원되는 풀과 나무처럼 나도 다시 일어나서 활발하게 꽃피고 싶네

                                        

 

 

          그들은 내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어느 때는 무관심으로 나를 지치게 만들었으며

          책임을 들먹이며 부담을 짊어지라고 강요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말하기도 전에 모두 다 제 갈 길로

          떠났기 때문에 나는 다행스럽게도 끌고 가지 못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고 해가 쨍쨍 내리쬔다.

          더위를 먹었는지 헛소리가 자꾸 나온다.

           

           

                                                   2007. 08. 17.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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