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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다시 채석강에서/진란

by 여름B 2007. 9. 29.
      다시 채석강에서 /진란 그를 다시는 펼쳐보지 않으리라고 두텁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지 않았다 밀려왔다 푸르릉 피어나는 물거품도 서로 꼬리를 물고 사라지는 이무기의 꿈만 같아 수십리 밖으로 펼쳐진 모래톱에서는 해무가 시나브로 일어나나니 칠천만 년동안 아무도 펼치지 않았다는 이백의 서재를 엿보기나 하였다 선캄브리아대를 지켜온 할배도 눈웃음으로 천 탑을 쌓는 중이라고 했다 고서를 펼쳐보는 이 하나 없어도 갯벌을 뚫고 나온 달랑게들이 눈봉을 곧추세우고 따개비들도 푸른 바다를 꿈 꾸는 밤 1984년 그 해 가을의 해국은 지금도 책 갈피에 보랏빛 곱게 꽂혀 있는지 희끗해진 꽃이파리 날근해져 날아가 버렸는지 차마, 아래 눌린 책을 꺼내 보지 못하고 바다를 꿈꾸는 밤이 무거워지는 생이다.
             1984년 가을
            10월의 마지막 밤 노래가 거리에 요란하던 즈음
            어머니의 성화에 힘입어 한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그 해부터 책갈피에 꽃을 꽂지 않았다.
            왜 그렇게 됐을까?
                                            2007.09. 30.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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