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퍼 온 시

풍란의 죽음 / 강석화

by 여름B 2007. 8. 1.

 

 

                풍란(風蘭)의 죽음

                                                          강석화   
           

          겨우내 쌓여있던 눈이 녹아
          꽃밭에 새싹이 숨어있나 했더니
          말라죽은 풍란 한 포기
          미이라처럼 묻혀 있었네

          한 때는 내 사랑을 받아 마시며
          타다 남은 숯 위에서도 푸르렀는데
          어느 날 다른 님에 자리 뺏기고
          잡초처럼 시들어 버려졌구나

          캄캄한 땅 속에서 하고팠을 말
          하루 종일 내 뒤를 따라다니네
          사랑과 잊혀짐이 한 걸음이고
          기다림과 죽음은 이웃이라고

          향기로울 땐 취해 몰랐지만
          이제 알겠네
          너를 묻고 마지막 물을 뿌리며
          나 역시 풍란인 것을


           

 

 

 

 

 

'퍼 온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흐린 날에는 / 나희덕  (0) 2007.08.12
사랑한다. 배고픔이여 / 강수  (0) 2007.08.10
운우지정 / 이선이  (0) 2007.07.14
비의 사랑 / 문정희  (0) 2007.07.10
젖지 않는 마음 - 편지 3 / 나희덕  (0) 2007.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