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퍼 온 시

젖지 않는 마음 - 편지 3 / 나희덕

by 여름B 2007. 7. 9.
  

 

    젖지 않는 마음 - 편지 3 /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 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 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

     

     

     

                                   

     

     

                                   얼마 전에 읽은 공지영의 <상처 없는 영혼>에서 몸을 파는 일은

                                  한 남자에게만 부끄러우면 되지만 글을 파는 것은 자신을 물론

                                  자자손손 부끄러운 일이라는 비슷한 내용의 글을 언뜻 본 것 같다.

     

                                 문득

                                 블로그를 하면서 팔 수조차도 없는 글 나부랑이를 내놓거나,

                                 내 몸을, 내 가족을 팔고, 내 양심마저 발가벗겨 거리에 내놓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7. 07 .09.

     

     

     

    '퍼 온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우지정 / 이선이  (0) 2007.07.14
    비의 사랑 / 문정희  (0) 2007.07.10
    간격 / 이정하  (0) 2007.07.05
    만남을 위한 초고  (0) 2007.06.29
    반성 608 / 김영승  (0) 2007.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