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초면 애들 통장으로 용돈을 보낸다.
대학 4학년인 딸과 대학 2학년인 쌍둥이놈들에게.
그런데 용돈을 보내는 과정에서도 각자 개성이 그리 잘 드러날 수가 없다.
용돈 보내기 전 날
큰아들한테 전화가 온다.
"엄마, 아빠한테 말씀드려서 내일 아침 일찍 입금해 주면 안 돼?"
똑 같은 돈을 주는 데도 이 놈은 항상 돈이 모자란다.
향토 장학금 받으면 제일 먼저 친구들 술 사주고
멋쟁이 옷도 제 맘에 드는 놈으로 골라 사 입고 한 달 내내 돈 없어 쩔쩔 맬 놈이다.
용돈 보낸 날
딸에게 전화가 온다.
"용돈 보냈다고? 알았어. 엄마. 확인해 볼게"
알바하고 절약해서 쓰는 딸은 항상 통장에 돈이 남아돌아 용돈과는 상관이 없다.
막둥이에게 전화가 온다.
"알았어. 엄마. 여름 옷이나 사서 보내줘. 끊어"
할 일이 뭐가 그리 많은지 옷 사 입을 시간도 없고 용돈이 들어오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제 시간만 뺏기지 않으면 된다.
자식들, 이런 전화하면 안 되냐?
"엄마, 이번 달 용돈은 '입금할 필요없으시다'고
아빠한테 말씀드려"
2007. 06. 16. 여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