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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가족

야동 이야기

by 여름B 2007. 2. 27.

 

 

 

 

 

 

며칠 전 아들놈들 고시원에 다녀왔다

막둥이 아들은 2학년인데 신입생들 오티의 일을 맡았다고 집에 있지 않았다.

역시 바쁜 놈은 바쁜 놈이다

방안이 온 통 난장판이다.

이것저것 치워주다가 침대 밑을 보니 야동 시디가 나왔다.

 

'새끼, 머스마는 머스마군. 크크'

 

아내가 볼까봐 슬그머니 저쪽 침대 깊은 곳으로 밀어 놓았다.

그리고 나머지 청소는 아내에게 맡기고 나는 밖으로 나와 차에서 기다렸다가

방에서 나온 빨래감이며 쓰레기를 자그마치 큰 쓰레기 봉투로 다섯 개나 싣고

털래털래 귀가했다.

 

아내는 새탁기를 부지런히 돌리기 시작했다.

빨리 세탁해서 보내줘야 한단다.

성질이 지랄같은 놈이니까 틀림없이 빨래감(?) 가져갔다고 지랄지랄 할 것이니까.

 

오티에서 돌아온 아들이 전화를 했단다.

 

"엄마는 아빠가 오신다고 했으면 내가 방좀 치워놓을 텐데 왜 말도 안 하고 올라왔어?"

"뭐 어떠니? 아빠인데..."

"우씨, 아빠가 나보고 뭐라 하시겠어"

뚝!

 

또 조금 있다가 전화를 했단다

"왜 옷을 다 가져갔어?"

"우선 입을 옷은 남겨 놨잖니?"

"없어. 하나 가지고 어떻게 이틀을 지내. 엄마는 앞으로 일 주일 내 목소리 못들을 거야"

뚝!

 

또 그 다음 날

"엄마, 아빠가 뭐라고 안 하셔?"

"뭘?"

"이씨, 뭐는 뭐야? 담배 피운다고 말야"

"아빠도 너 담배 피우는 것 알고 계시잖아?"

"에이, 뭐하러 왔어? 괜히 수선만 피우고. 앞으로 한 달 간 내 목소리 못 들을 거야"

뚝!

 

내가 아내에게 넌시시 물었다

"어이, 자네 혹시 그 시디 가지고 왔어?"

아내가 그때서야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봤어? 크크크. 난, 당신은 안 본 줄 알았지. 그 자식이 그것 때문에 말은 못하고

전화에다 성질만 내는 것인 줄 나도 알아. 집에 가지고 왔는데 당신이 볼까봐

안 보이는 곳에 숨겨 뒀지"

'이런, 덴장'

 

다음 날

"엄마, 미안해.

내가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데. 미안해"

아내는 시침 떼고 물었단다

"뭘?"

"미안해, 스무살이나 먹은 놈이 그렇게 말하고. 다신 안 그럴게"

 

아내는 눈물이 핑 돌더란다.

 

야동 야그 끝~

 

                                                             2007. 02. 27.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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