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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기

홑청을 입히며

by 여름B 2006. 4. 1.
      홑청을 입히며 아내가 거실에서 홑청을 입히고 있다 딸이 덮고 자던 겨울 이불이다 나는 등받이 하나 달래서 이불 한 쪽에 대고 누워 딸같이 예쁜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본다. 문을 열면 열기 없는 공간에 불을 끄고 자리에 반듯하게 누운 작은 딸이 인형처럼 눈을 반짝인다. 이불을 턱까지 올렸다. 춥지? 가로 젓는다. 잘 자 이불을 다독이고 나온다 한 쪽 손질을 마친 아내가 등받이를 옮겨주는 대로 나는 한 바퀴 뒹굴어 게으름을 옮긴다 다시 방에 들어가 새우처럼 등을 동그랗게 말고서 힘들게 정신을 놓으려는 추운 딸을 본다 이불 끝을 부여잡은 작은 주먹을 안으로 넣어주며 작은 긴 숨소리를 듣는다 어린 날 딸의 겨울은 너무나 추웠다 아내도 나처럼 지난 날의 홑청을 꿰메고 있을까 200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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