홑청을 입히며
아내가 거실에서 홑청을 입히고 있다
딸이 덮고 자던 겨울 이불이다
나는 등받이 하나 달래서
이불 한 쪽에 대고 누워
딸같이 예쁜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본다.
문을 열면 열기 없는 공간에
불을 끄고 자리에 반듯하게 누운
작은 딸이
인형처럼 눈을 반짝인다.
이불을 턱까지 올렸다.
춥지?
가로 젓는다.
잘 자
이불을 다독이고 나온다
한 쪽 손질을 마친 아내가
등받이를 옮겨주는 대로
나는 한 바퀴 뒹굴어 게으름을 옮긴다
다시 방에 들어가
새우처럼 등을 동그랗게 말고서
힘들게 정신을 놓으려는 추운 딸을 본다
이불 끝을 부여잡은 작은 주먹을
안으로 넣어주며
작은 긴 숨소리를 듣는다
어린 날
딸의 겨울은 너무나 추웠다
아내도 나처럼
지난 날의 홑청을 꿰메고 있을까
200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