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벚 꽃
/여름비
산새 한 마리 날지 않고
적막마저 멈추어진 골짜기
산벚나무에 아래서
봄바람 꽃비를 맞으며
두견화를 보았네.
찾는 이 없는 맨땅같은 무덤가
지난 서릿발에 무너지는 흙 한 줌
메마른 풀뿌리 한 가닥에
위태로운 마음으로 걸리고,
젖은 저녁이 햇살을 피해
골짜기로 숨죽이며 다가오고 있었네.
사랑할 줄을 몰라 서러운 산벚꽃.
산벚꽃처럼
수줍은 사랑을 하려 했는데
산벚꽃처럼
하얗게 살려 했는데
한 웅큼씩 들이 마시는 보고픔도
더 담을 곳이 없어
그리움으로 토해
찔레꽃 가지에 걸어 놓고
더 나지 않는
쉰 목소리의 애절함이 서러워
산벚꽃 아래서 흩날리는
벚꽃처럼 설움 하나
흘려 놓고 돌아섰네.
2005.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