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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군산 은파저수지에서 가을을 느끼다

by 여름B 2019. 9. 24.











갈바람 타는 계절 / 정기모


 
눈부시게 빛나는 초가을 아침
지긋이 어깨를 누르며 지나가는
이 살가움의 손길은 누구인가요


물음표를 앞세우고
잘 익은 사과향기 앞세우고
별들의 추억을 베어 무는 이 누구인가요


빈손으로 받아드는 손부끄러운 계절
보랏빛 구절초 한 아름
그대 창가에 내려놓으면
어느 산골 계집아이 걸음인 줄 알겠지요


이제 가을 타는 냄새 더 진해지면
또 어쩌지요
선잠 깬 얼굴로 서성이는데
지긋이 머무는 갈바람의 손길을요.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유달리 서쪽 하늘이 무척이나 맑다.

호수를 가로지른 구름다리를 지나면서 흐린 물을 내려다 본다.

사철나무 몇 그루가 짧은 담을 이루고 있는 공연장 옆을 지나면서

노랗게 물들어 떨어진 은행알 한쌍을 발견하고 손에 들었다가 

다시 제 자리에 걸쳐 놓는다.

물 위에 떠 있는 수초더미에 앉아서 볕을 쬐던 거북이 한 마리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자라였을까 아니면 청거북이었을까

훌쩍 떠나간 자리가 흔들리며 주변에 흙탕물이 번진다.

여뀌며 어쩌다 한 송이씩 피어 있는 꽃무릇과 함께 

미소님은 그 이름을 아실 것이라 생각하며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열매들도 폰에 담아 본다.

벤치에 걸터앉은 이들의 표정에서도 느긋함이 느껴진다.

아침이 한가롭다.

가을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