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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황제 팽귄들은 암컷이 남기고 간 알을 품는 넉 달동안
눈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수컷을 기다린다고 한다.
영하 60도의 강추위와 바람을 막기 위해 어깨를 바싹 붙이고
서로의 체온으로 서로를 도우며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알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종종걸음으로 빙글빙글 계속해서 돈다.
이를 저글링이라고 한다.
알이 부화되면 위 속에 소화시키지 않고 남겨 두었던 먹이를 꺼내 먹이며
암컷이 돌아올 때까지 배고품과 추위를 견디다
더러는 기다리다 지쳐 끝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겨울 갈대 강둑에 올라서기 전에 새떼들의 인내에 지친 낮은 울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강둑에 올라서자 바람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웠다. 북서풍의 매서운 바람을 갈색 새떼들이 서로의 어깨를 겯고 등으로 견뎌내고 있었다. 더러는 늙은 말의 갈기처럼 떨어지기도 했고 더러는 좌절의 고개로 꺾어지기도 했지만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강가의 겨울을 이겨내고 있었다. 모두들 잠이 든 밤에는 조용히 저글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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