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부터 축제는 시작된다는데
이미 꽃들은 청년기를 지나 버렸다.
자연이 인간에 맞춰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어쩔 것인가,
인간이 자연의 시계에 맞추어 살 수밖에
카톡에 친구 신청 하나가 올라왔다.
군대에서 같이 근무를 했던 마음 좋은 사내.
거부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간신히 추가하다
-
가을, 누가 지나갔다
진란
숲을 열고 들어간다
숲을 밀고 걸어간다
숲을 흔들며 서있는 바람
숲의 가슴에는 온전히 숨이다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키니 나뭇잎의 숨이 향긋하다
익숙한 냄새, 킁킁거리며 한참 누구였을까 생각하였다
그대 품에서 나던 나뭇잎 냄새가 금세도
이 숲에 스며들었었구나
개똥지빠귀 한 마리 찌이익 울며
숲 위로 하늘을 물고 날아갔다
어떤 손이 저리도 뜨겁게 흔드는지
숲이 메어 출렁, 목울대를 밀고 들어섰다
거미줄을 가르며, 누군가 지나갔다
붉은 것들이 함성을 지르며 화르륵 번졌다
숲을 밀고 누군가, 누가 지나갔다
뜨거움이 아니더라도 잠시 숲길을 걷고 싶다. 가을 속을 걷다가 거미줄에 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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