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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흐린 날의 연서 / 정설연

by 여름B 2007. 12. 28.

 


      흐린 날의 연서 /정설연 흐린 날은 흙냄새가 난다고 말을 갓 배운 아이처럼 더듬거리며 말한다 흐린 날은 그리움도 속짐작인 채 아득해 보여 당신이랑 마주쳐도 모르고 지나친다고, 자꾸 거울 속의 내 이목구비를 한없이 바라본다 가슴이 만들어낸 공간을 채울 수 없어 눈을 감으면 속눈썹에 매달려 있던 그리움이 눈물방울로 맺혀 엉기면서 가슴으로 부르는 이름의 봉분封墳이 보인다 꼭 산에까지 가야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정작 그리운 이름 하나는 고향집 문기둥 닮은 세월 속에서 소리 내지 못한 채 오래 사랑한 그리움이다 마비되었던 사지에 따끔거리며 감각이 돌아오듯 그리움이 하나둘씩 살아나는 날 가슴에서 올라오며 목울대를 넘어서는 소리는 목이 쉰 음성이다 술래가 끝내 찾지 못한 벽장 속에서 잠든 아이처럼 숨은 사랑은 아득해지고 그리워지는 문구를 멋 부려 써서 하늘 우체통에 넣는다 보. 고. 싶. 습. 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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