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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달을 몰고 온 사내 / 이영숙

by 여름B 2007. 12. 9.

 

 
      달을 몰고 온 사내 /이영숙 어디서부터 따라왔을까 택시 정류장에 내가 멈추어 서자 달을 몰고 온 사내 야타족처럼 내 앞에 멈추어 선다 서로의 얼굴이 마주쳤으니 은밀한 곳이라도 가자는 것인가 불량여자처럼 내가 먼저 어디로 가자고 말을 걸었다 달빛이 귓속말로 더듬거릴 때마다 달리는 속도만큼 자꾸만 흔들거리며 들썩거린다 오늘 떠나는 이 길이 추억이 되었으면 하고 바랄 때 막 피어올린 아카시아 보풀들이 펄럭거렸고 그곳에 가기 위하여 사내는 익숙한 솜씨로 별자리를 무시하고 달린다 뒤돌아보니, 반짝이는 줄선 상점들이 지상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가 나타난 밤, 바퀴를 갈아 끼운 바람도 달을 비켜서 달린다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까 붕 떠서 달린다 돌아가지 못할 만큼 와버렸을 때 밤은 잠자지 않고 하염없이 나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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