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광주를 다녀왔다.
무등산이 보고 싶다는 아내와 5.18 묘역을 가 보고 싶다는 아들들을 이기지 못하고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무등산 응달에 잔설이 처연하다.
이렇게 따스한 겨울이 또 있을까 싶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라 창문을 열고 무등산을 드라이브했다.
한가하다. 2년만에 다시 왔지만 변한 게 거의 없다.
필요한 때만 일부 정치인들에게 적절히 이용당하는 이곳
경건한 아내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아들놈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그래도 막둥이는 많은 것을 알아가지고 와서 돌아갈 때까지 제 어미에게
설명을 그치지 않았다.
사학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놈은....
충장로 우체국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짝없이 떠도는 젊음들이
키를 다시 잡을 수 있던 곳
도청 앞을 돌아오다 등대처럼 서 있어
그 불빛 아래 서로의 얼굴을 만지고
가슴을 마주 대어
따스함을 느끼던
빨간 간판 아래
오늘 충장로 우체국 앞엔
기다리는 사람 하나 없었다.
2005. 12. 25. 여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