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연꽃1 못 못/ 이아영 못이란 글자는 아무데도 못가요 못은 한 번 박으면 움직이지 못하지요 움직이면 굽어서 못 쓰잖아요 못이란 연못이지요. 흐르지 못 하는 물이잖아요 또 못자 字가 들어갔네요 연못 속엔 연꽃이 탁한 물을 정화시켜주지요 못이란 못 할 일이 없다니까요 못 할 일이 있다는 말도 되지요 못비가 오면 못밥을 먹을 수 있거든요 못이란 다 못하는 게 아니에요 아무데나 못 박으면 안되지요 편자에나 못을 박지 식도에까지 못을 박다니 참치횟집에서 참치눈물 술을 마셔본 사람은 알아요 딱 한 모금이 목에 걸려 못 넘어가거든요 못이란 뭐든지 자유자재하는 힘을 갖고 있다니까요 ―이아영 시집 『돌확속의 지구본』 (고요아침, 2010) '못'이란 말의 쓰임이 그러고 보면 참 많구나. '연못'의 '못'은 '오목하게 패여 물이.. 2022. 8.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