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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이제는 흐르고 싶다

by 여름B 2005. 8. 17.

       

         이제는 흐르고 싶다

       

                                          / 성낙일

      흐르는 강물처럼
      저렇게 흐르고 싶었는데
      언제부터 나는 고여들기 시작했을까
      수초 사이를 헤치고
      돌 틈 사이를 비집고 달리며
      걸러지고 걸러져서 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함으로
      끝없이 흐르고 싶었는데
      언제부터 나는 멈추어 선 채
      발 아래 푸른 이끼만 키우고 있었을까


      커다란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는 것
      한번쯤은 급류에 휩쓸려
      벼랑에 쳐 박히는 절망도 느껴보고
      거품을 물고 다시 솟구치는 희망도 알고 싶었어
      그래서 더 넓어진 가슴으로
      모든 것 끌어안으며 끝없이 흐르고 싶었는데
      나는 언제부터 고여들기 시작해서
      햇볕도 통하지 않는 탁한 가슴 위로
      흐르는 구름만 빼곡이 붙잡아놓고 있었을까
      이제 저 태양을 가리고 바람아 불어라
      둑에 부딪쳐 몸이 찢어져도
      저 둑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바람아 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