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흐르고 싶다
/
성낙일
흐르는 강물처럼
저렇게 흐르고 싶었는데
언제부터 나는 고여들기 시작했을까
수초 사이를 헤치고
돌 틈 사이를 비집고 달리며
걸러지고 걸러져서 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함으로
끝없이 흐르고 싶었는데
언제부터 나는
멈추어 선 채
발 아래 푸른 이끼만 키우고 있었을까
커다란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는 것
한번쯤은 급류에
휩쓸려
벼랑에 쳐 박히는 절망도 느껴보고
거품을 물고 다시 솟구치는 희망도 알고 싶었어
그래서 더 넓어진 가슴으로
모든 것 끌어안으며 끝없이 흐르고 싶었는데
나는 언제부터 고여들기 시작해서
햇볕도 통하지 않는 탁한 가슴 위로
흐르는 구름만 빼곡이 붙잡아놓고 있었을까
이제 저 태양을 가리고 바람아 불어라
둑에 부딪쳐 몸이 찢어져도
저 둑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바람아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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