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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무량사의 도토리묵

by 여름B 2008. 11. 14.

      캐나다 친구를 위해 무량사에 갔다.
      절에 대해서 대충 설명해 줬는데
      통역은 무지하게 땀을 흘렸다. 내려오는 길에 묵을 사 먹이는데 젓가락을 제법 놀린다. 저 친구 내 카메라 가지고 폼도 잘 잡는다.
      ㅎㅎ
        전주철물점과 행복부동산 사이 /정동철 우리철물점과 행복부동산 사이 그가 끼어 있다 손톱만한 햇살이 간신히 창에 비쳤다 사라질 때쯤이면 늘, 나는 그의 집을 지나친다 움켜쥔 칼끝으로 그가 새기고 싶은 것과 도려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가 칼끝으로 파낸 햇볕의 부스러기들은 결코 이름이 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는 이름 사이에 낀 것들을 도려내며 늙었다 그가 밖으로 나오는 법은 거의 없었다 조금씩 이빨이 자라는 설치류 꽉 다문 입 속, 엉거주춤 끼어 남의 이름을 도드라지게 새기다가 반복되는 자기 생까지 파내버릴 듯하였다 날마다 자신의 뭉툭한 손가락을 하나씩 빼내 손가락 끝에 아프게 지문을 새기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목도장을 하나 파러 갔다가 어느 날 나는 그의 뒤통수에 난 창문 하나를 보았다 (그것은 잠깐, 둥근 보름달이었다가 그믐이 되기도 했다) 나뭇결 사이에 촘촘하게 어둠을 밀어 넣는 동안 달빛이 인주를 찍어 뒤통수에 도장을 박아 넣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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