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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젊음의 끝은 서러웠다.

by 여름B 2008. 10. 25.

 

 

 

 

 

 

 

아침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이 났다.

          가을 잎 찬 바람에 흩어져 날리면 캠퍼스 잔디위에 또 다시 황금 물결 잊을 수없는 얼굴 얼굴 얼굴 얼굴들 루루루루루 꽃이 지네 루루루루루 가을이 가네. 하늘엔 조각 구름 무정한 세월이여 꽃잎이 떨어지니 젊음도 곧 가겠지. 머물 수없는 시절 우리 들의 시절 루루루루루 세월이 가네 루루루루루 젊음도 가네. -날이 갈수록/노래 김정호-
         

        그의 노래가 좋았다. 
        그의 목소리가 좋았다. 
        서른세 해를 살다가 폐결핵으로 생을 마감한 그. 
        이름 모를 소녀, 하얀나비, 사랑의 진실, 작은 새, 날이 갈수록 등 
        짧은 운명을 예감한 것일까? 
        슬픈 노래만을 소쩍새처럼 구슬프게 불렀다. 
        입대하기 전까지 막걸리게 취하면 
        반드시 끝무렵의 단골 메뉴는 김정호였다. 
        막걸리집에서 상모서리가 다 부서지도록 
        젓가락을 두들기며 흥겨움에 겨웠다가도, 
        입대한 녀석들이 만들고 간 빈자리가 보이고, 
        그 자리를 나도 하나 만들고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젊음이 가고 마는 것 같아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럴 때 김정호는 우리를 대신해 주었다. 
        늘어나는 빈자리가 싫어 나는
        갑자기 모집 시험을 치르고 훌쩍 자원 입대했고 
        그리하여 내 젊음도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1977년 여름이었다.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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