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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나미나라 공화국의 가을 끝자락

by 여름B 2008. 11. 21.

 

 

 

 

 

 

 

 

 

 

  

 

  

 

          은행나무 아래서

                                                       /김해화
            

          비 개이더니
          은행잎 새로 돋습니다
          시절 좋아진다는데
          오늘도 흐지부지한 인력시장
          우리는 맨날 요 모양이냐고
          몇 사람 갈 곳 없어
          되돌아 와 은행나무에 등 기댑니다
          지난 가을 은행잎 쏟아지고
          내 모가지 떨어졌습니다
          수북히 쌓인 은행잎
          서둘러 쓸어 치운 나라
          한뎃잠으로 뒹굴던 모가지들도
          깨끗하게 치워졌습니다
          좋은 시절 은행잎 새로 돋습니다
          내 모가지 떨어진 자리
          누군가 새로 모가지 달겠습니다

           

                               

 

 

      나미 나라에 간 날

      은행잎들은 모두 저렇게 모가지가 날아갔더군요.

       

      전시장에서는 알 공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타조알 껍데기들을 보면서 갑자기

      새우젓을 넣은 계란찜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이가 변변치 못해서 물렁한 음식만 찾다 보니

      계란찜이나 계란말이, 계란후라이, 알탕, 메추리알조림 등

      이런 음식에 이미 익숙해졌습니다.

       

      요즈음 살아 남기 위해

      동굴 같은 입 속에 수저를 밀어 넣고 씹다 보면

      구멍난 문구멍 사이로 찬바람 들 듯 설움조차 설렁설렁 씹힙니다.

       

      갑자기 추위가 몰아칩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고통의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도 없네요.

      선주를 원망하기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고집불통 선장은 선원들의 입을 막고 좌초의 길로 달리고 있습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어디 구명조끼 하나 주워 입을 수밖에.

       

      밤이 춥습니다.

      아직도 새벽은 멀었고요.

      낡은 옷일망정 깃을 여미며 모가지를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2008. 11. 21.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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