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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기

잠시 메뚜기와

by 여름B 2008. 9. 6.

 

 

 

 

 

 

 

 

      수로부인을 구하러 사진기를 들고 눈을 부릅뜬 채 강변을 어스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메뚜기 한 마리 손바닥에 날아와 앉았다.

      손바닥을 돌려 물끄러미 바라보는데도 날아갈 생각을 않는다.

      여러 번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를 쳐다본다.

       

      "너 백수지?"

      "그래 백수다"

      "빈둥거린다고 호랭이한테 쫓겨났지?"

      "그건 아니다. 나는 수로를 구하러 나왔다"

      "웃기지 마. 얼굴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구만"

      "우씨, 한나님이 보내 주신 순대 먹고 지금 심이 펄펄 난다. 봐라 내 알통"

      "에게게, 그게 알통이면 나는 왕치다"

       

      아직 가을색으로 변하지도 못한 시퍼런 놈이 사람을 갖고 논다.

      만약에 수로 부인을 구하지 못하면 잡아 구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 심정을 꿰뚫기라도 한듯이

      가을 속으로 핑하니 날아가 버렸다.

       

      여뀌가 잠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Nana Mouskouri의 La Dame De Coeur를 들으시몬서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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