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퍼 온 시

반성 902 / 김영승

by 여름B 2007. 6. 24.

 

              

                     반성 902

            

                                                   / 김영승


          하나님 아버지

          저는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날이 갈수록 머리가 띨띨해져 갑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요즘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머리가
          띨띨해졌음을 느낀다.
          가령
          출근길, 자동차 열쇠를 가지고 나오지 않아서
          창문으로 던지라는 전화를 해놓고 있다가
          아내가 던지는 열쇠 뭉치에 눈탱이를 맞는다든지,
          매월 25일은 애들 고시원비를 보내는 날인데도
          잊어버리고 있다가
          "아빠, 저희들 호적에서 파냈어요?" 
          라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부랴부랴 보낸다든지,
          새 남자가 생겼다는 애인의 전화를 받고
          잘 됐다고 말해 줘야 할 지 화를 내야 할 지를
          바로 결정하지 못하고 멈칫거리다가 
          "에이, 붕신~"
          소리를 들어야 할 때
          내가 문득 띨띨해졌음을 실감한다.
          이것도 고마운 일일까? 
          이상하다?            
                          2007. 06. 24.  여름비
          

          '퍼 온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남을 위한 초고  (0) 2007.06.29
          반성 608 / 김영승  (0) 2007.06.26
          사랑한다는 것/안도현  (0) 2007.06.21
          옹기전에서/정희성  (0) 2007.06.20
          바람 속을 걷는 법 / 이정하  (0) 2007.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