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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바람 속을 걷는 법 / 이정하

by 여름B 2007. 6. 14.

 

 
 
      
        바람 속을 걷는 법 / 이 정하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밤이면 속절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가두고 풀어주는 내 마음 감옥을 아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지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그것들을 차례차례 재현해 봅니다 그렇듯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거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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