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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시

꿈꾸지 않았던 길 / 도종환

by 여름B 2007. 5. 13.
     

     

        꿈꾸지 않았던 길 /도종환 꼭 함께 있기를 바랐던 사람이 아닌 전혀 생각지 않았던 사람과 지금 이 모래밭에 함께 있구나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꼭 하고 싶었던 그 말 가슴속 깊은 우물에 넣어두고 전혀 생각지 않았던 말들만 빈 두레박에 담아 건네는 때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 한번은 만나리라 믿으며 못다한 그 말 꼭 해야 한다 생각하며 꼭 걷기로 마음먹었던 그 길이 아닌 전혀 꿈꾸지 않았던 길 걸어온 지 어느새 이리 오래 되었구나 생각하는 저녁이 있습니다

     

    
    

       

       

       

             

       

       

       

                     보슬비 내리는 소양강가는 한적했습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다리 가운데서 

                     연인들이 사진 속에 높은 음자리 웃음을 담고 있었고

                     인적없는 놀이보트 타는 곳에 

                     오동꽃만 무심한 듯 곱게 피어 빤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무슨 말을 하려는 것처럼.

                                    

                     어제 저 동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 왜 유관순 열사가 여기에 있지?

                     글을 보니 소양강 처녀였습니다.

                     무지함으로 둘이 한참 웃었습니다.

       

                     춘천에 와서 막국수를 먹고 가지 않으면 안 될 뿐만 아니라

                     점심 먹고 세 시간이 지났으니 충분히 곱배기는 먹을 수 있다며

                     닭갈비까지는 사달라고 안 할 테니  

                     빨리 간식을 먹자고 호랭이는 바락바락 졸라댔습니다.

                     

                     비가 잠시 그친 오후였습니다.

       

                                                        2007. 05. 13.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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