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고 선운사 동백을 보러 갔습니다.
역시 나는 시기를 잘 못 맞춘다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해 보이고 왔습니다.
겨울 가뭄에 잎들은 윤택이 약해져 있었고 꽃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다만 처녀 젖꼭지 같은 어린 꽃봉우리들이 금방 피어오를듯이
부끄러이 입술을 다물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 두어 주일 뒤에 만개할 듯 보입니다.
선운사의 겨울 모습이 마치 따스한 봄날같아서 가족 나들이 나온 사람들과
등산객들의 모습에서는 추위를 느끼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복분자를 먹으면 요강을 깬다는 말을 듣고 복분자좀 사자고 했다가
어디다 힘을 쓰려고 하느냐는 핀잔만 들었습니다.
그 인정머리 없는 호랭이가 동백을 찍고 있는데 그 앞으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마당에서 양팔을 벌려봤더니 정신나간 사람인 줄 알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 보았습니다.
내가 또 오늘 이상한 짓을 한 모양입니다.
2007. 01. 21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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