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장대
대장이 저녁을 한 턱 쏜다고 해서 춘장대 횟집으로 날랐다.
횟집 오른쪽으로 부사 방조제가 보이고 그 너머로 보령 땅이 조금 보인다.
어느 블로거 한 분의 고향이 보령이라고 그러셨는데,
고향을 보여 드렸으니 나중에 꼼장어에 소주 한 잔 사 주시겠지?
내가 이 가게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가게 이름을 보이지 않게 찍었다.
횟집 옆으로 사람들이 모테(?)서 즐긴다는 모텔도 있었다.
쥔 온니가 매상을 많이 올려 주면 무료 숙박권을 준다고 하기에
조용히 허리띠를 풀어 내렸다.
배를 채우기도 전에 해지는 모습이 창 밖으로 보였다.
풀어 놨던 허리띠를 추스리고 밖으로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왔다.
몇 번 셔터를 누르고 모텔 숙박권을 얻기 위하여 부랴부랴 들어가려는데
배도 못 채우고 무료 숙박권마저 날아가게 한 방해자가 나타났다.
왕년에 자기도 사진좀 했다고 술김에 기어이 찍어보겠다고 달려 든다.
사진기 하나 꺼내 주고 공짜로 석양을 찍을 권리도 아울러 부여해 주었더니
복 받으실 것이라고 허튼 소리 하면서 바닷가로 내려가 셔터를 눌러댄다.
왼쪽에 보이는 자가 그 허튼 작자다.
내 애마도 한 컷 해 주고 들어가 보니 회는 고사하고 전어구이까지 모두 먹어 치우고
앙상한 뼈만 남겨 놓았다.
돌아갈 때 내 애마를 태워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는 방조제 끝에 몇 사나이 서 있었다.
방조제 보안등이 희미하게 켜질 때 제방 끝에 걸린 저 사나이,
인고의 시간 속에 세월이라도 낚아 올리는데,
몽매한 나는 무료 숙박권에 눈이 어두워 허리띠나 풀어 내렸지
석양이 다 지나도록 무엇 하나 건져 올린 게 없구나.
2006.09.27. 여름비